나달이 칭찬한 소년, 메달리스트로 우뚝 서다. [S&B 컴퍼니]
by 운영자 | Date 2018-08-25 11:23:03 hit 1,412

 7세 때 테니스 라켓을 처음 손에 잡았다. 부모는 신나게 공과 노는 아이를 보며 오랜만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는 침묵의 세계를 깨고 나와 코트를 누볐다. 15세 때는 세계적인 스타 라파엘 나달과 만났다. 소년은 한국 테니스의 희망으로 주목받으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20세 청년이 된 올해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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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희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결승 진출을 확정짓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대한테니스협회>

 

이덕희(현대자동차 후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이긴 뒤 방송 카메라 앞에서 일단 4강에 들고 싶고 금메달까지 목표로 하겠다.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밝혔다. 수화가 아니었다. 더듬거리지도 않았다. 발음은 명확하지 않았지만 당당하게 말을 이어갔다.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고 훈련하고 경기를 뛰고 싶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8강전에서 세계랭킹 230위인 이덕희는 순위가 훨씬 높은 노련한 29세 대만 선수 제이슨 정(114)을 가볍게 제압하고 4강에 오르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이형택이 은메달을 딴 뒤 12년 만의 한국 테니스 남자단식 메달 획득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테니스 대표팀의 유일한 메달이기도 하다. 비록 24일 중국의 18세 유망주 우이빙(317)에게 1-2(3-6, 6-3, 5-7)로 패해 결승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덕희는 값진 동메달 획득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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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준결승 경기 도중 이덕희가 심판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이덕희는 일반인들과 소통을 위해 수화를 배우지 않았다. <사진 출처 = 대한테니스협회>  

 

선천성 청각장애 불구 일반 학교 다녀

이덕희는 3급 청각장애인이다. 19985, 선천적으로 귀가 안 들리는 장애를 안고 세상에 태어났다. 2세 때 이를 알게 된 부모는 큰 충격을 받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처음에는 장애아동 특수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장애우들이 수화를 모르는 일반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아들이 장래에 겪을 현실의 벽을 절감했다. 그래서 부모는 말하는 법과 입 모양을 읽는 법을 직접 가르쳤고 이러한 부모의 노력 덕에 이덕희는 몇 년이 지난 후 일반 학교에 전학을 갈 정도로 평범한 아이가 됐다.

 

7세 때 테니스 입문 후 놀라운 재능 과시

이덕희는 테니스에 본능적으로 매력을 느꼈다. 처음 테니스를 접한 건 7세 때였다. 부모는 아들이 재능과 의지가 있으면 스포츠 선수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했다. 골프, 양궁, 사격 등 개인종목을 먼저 알아봤다. 그러던 중 이덕희는 테니스 선수로 뛰고 있던 사촌형과 테니스 코트에 처음 가게 됐고 단번에 테니스의 매력에 빠졌다. 부모는 본격적으로 테니스를 가르쳤다. 코치에게 취미가 아닌 선수로서 아들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다행히 이덕희는 범상치 않은 재능을 보였다. 또래 아이들을 넘어 몇 살 위 형들과의 경기에서도 곧잘 이겼고 국내 주니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주위 사람들은 이덕희의 이런 모습에 놀라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초등학생이기에 잘하지만 프로가 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덕희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고 세계가 놀라는 일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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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희(가운데)가 8세이던 2006년 11월 서울에서 라파엘 나달(오른쪽), 로저 페더러가 사인 한 티셔츠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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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이덕희(가운데)와 나달(오른쪽)은 프랑스 오픈 주니어 부문과 시니어 부문에 각각 출전해 함께 스파링 훈련을 했다.

그에 앞서 나달은 본인이 훈련한 스페인 BTT 아카데미와 코치(왼쪽)를 소개하며 이덕희의 성장을 도왔다.

<사진 = S&B 컴퍼니>

 

감동 받은 나달, 아낌없는 지원 약속

이덕희는 월드 스타도 감동시켰다. 15세도 채 되기 전인 20134, 성인 대회인 일본 쓰쿠바 퓨처스에 출전해 본선 1회전에서 승리하며 ATP 랭킹 포인트를 획득했다. 당시 전 세계 ATP 시니어 랭킹 선수 중 최연소였다. 이 놀라운 소식은 국내뿐 아니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이덕희가 평소 우상으로 여긴 라파엘 나달에게까지 전해졌다. 나달은 장애 극복 스토리에 감명 받아 이덕희의 도전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트위터에 띄워 이덕희의 이름은 더욱 주목받았다. 그해 나달은 한국을 방문해 이덕희를 직접 만나 격려하며 도움을 약속했다. 다음 해 나달은 스페인 BTT 테니스아카데미와 코치를 소개했고, 프랑스 오픈에서는 연습경기 파트너를 자청했다. 나달은 이덕희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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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는 기자를 한국으로 파견해 이덕희의 성장스토리를 취재해 기획기사를 게재했다. 

<사진 출처 = 뉴욕타임스 온라인판 기사 페이지 캡처>  

 

눈부신 성장 거듭, 뉴욕타임스도 장식

이후 이덕희는 이른바 폭풍성장을 했다. 20143월 주니어랭킹 3위에 오른 뒤 주니어 무대를 마감하고 성인 무대인 퓨처스 대회에 본격적으로 출전하기 시작했다. 2년여간 퓨처스에서 총 11차례 우승했고, 2016년부터는 프로테니스 2부격인 챌린저 대회에 집중적으로 출전하기 시작했다. 챌린저 최고 성적은 준우승이다. 또한 그랜드슬램과 ATP 월드 투어 대회에도 꾸준히 출전하며 정현을 잇는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341569위로 시작한 ATP 랭킹은 4년 만인 20174130위까지 올랐다. 국내외 테니스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2016년 겨울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는 기자를 한국으로 파견해 이덕희를 취재한 뒤 기획기사를 게재했다. 한국 스포츠 선수가 뉴욕타임스 기획기사로 다뤄진 것은 처음이라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