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거인 김민우와 도스, 7년 희로애락 [축구저널]
by 운영자 | Date 2016-11-01 10:48:39 hit 609
 
▲ 도스 김민우가 J리그 홈 고별전을 치르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J리그 홈 최종전서 팬과 눈물의 작별 
“도스에서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도스=축구저널 박재림 기자] 키 172cm 몸무게 69kg. 축구선수로는 크지 않은 체구의 남자가 그라운드 한가운데 섰다. 모든 시선이 그를 향했다. 마이크를 잡은 손도, 고별사를 읊는 목소리도 가늘게 떨렸다. 억누르던 눈물이 이따금 터지기도 했다. 그래도 주변 사람 모두가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했다. ‘작은 거인’ 김민우(26?사간 도스)의 작별 인사가 경기장을 꽉 채웠다. 

 

도스는 29일 베스트어메니티 스타디움에서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 후기리그 16라운드를 치렀다. 도스의 홈 최종전이자 김민우의 J리그 안방 고별전이었다. 2010년 도스에서 프로 데뷔해 올시즌까지 활약한 김민우는 병역의무를 위해 내년 한국으로 돌아온다. K리그에서 뛰며 군경팀에 지원할 예정이다. 

 

요코하마전은 올시즌 J리그 29번째 출전이자 통산 212번째 경기. 김민우는 전반 22분 절묘한 왼발슛으로 시즌 5호 골(3도움)을 터트렸다. 김민우의 통산 31번째 골(22도움)로 리드를 잡은 도스는 후반 추가골을 넣었으나 이후 2골을 내주며 2-2로 비겼다. 후반 막판 쥐가 난 김민우는 경기장을 꽉 채운 팬들의 박수 속에 교체 아웃됐다. 

 

경기 종료 후 본격적인 고별식 행사가 시작됐다. 먼저 김민우가 J리그에서 뛰며 터뜨린 모든 골이 차례로 전광판에 재생됐다. 그라운드에 도열한 팀 동료들과 관중석의 팬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이어 아버지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김민우가 유창한 일본어로 고별사를 읽었다. 팬들은 작별의 아쉬움을 말하는 울먹이는 목소리에 눈물지었다. 

   
▲ 도스 팬들이 J리그 안방 고별전을 치른 김민우를 위해 한국어 현수막을 경기장에 걸었다. /도스=이민성 기자

 

7년 전 도스에 처음 올 때만 해도 김민우는 일본어를 거의 몰랐다. 아는 일본어라곤 중학생 시절 수업시간 때 배운 인사말과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뿐. 애초에 J리그 진출은 생각한 적이 없었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3골을 터트리며 8강 진출을 이끈 김민우의 꿈은 유럽 무대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20살 청년에게 큰 시련을 안겼다. 유럽 진출이 무산된 김민우는 졸지에 무소속 선수가 됐다. 힘들게 둥지를 튼 곳이 2010년 당시 일본 2부리그(J2) 소속의 도스. 1997년 창단 후 1부리그(J1)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는, 인구 약 7만의 소도시가 연고지인 팀이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았다. ‘꿈꿔온 무대는 아니지만 프로는 프로’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특히 데뷔시즌 갑상선에 문제가 생겨 쉽게 피로해지면서도 투혼을 불태우며 끝까지 버텼다. 이듬해는 사령탑에 오른 윤정환(현 울산 현대) 감독과 함께 구단 최초 J1 승격을 일궜다. 

 

2012년 J1 무대를 누비며 승승장구하는가 싶던 김민우는 그해 7월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인다. 런던올림픽 예선 내내 주력 선수로 활약한 그가 본선 최종명단에서 탈락한 것. 김민우는 “한동안 멍했다. 누군가를 원망한 건 아니지만 너무 실망이 컸다”고 했다. 

 

그는 소속팀 경기를 뛰면서 점차 마음의 상처를 회복했다. 그리고 더 강해졌다. 김민우는 도스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14년 A대표팀에 발탁돼 데뷔골을 넣었고 지난해 아시안컵 준우승에 일조했다. 올해는 도스 구단 첫 외국인 주장이자 J리그 통산 3번째 한국인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었다. 

 

김민우가 준비한 A4용지 6장 분량의 고별사는 곧 7년의 희로애락이다. 그는 “도스에서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참 많았다”고 웃으며 “그 경험 덕분에 더 큰 선수,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도스와 함께 성장하며 팬과 동료, 코칭스태프 등 소중한 사람을 많이 얻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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