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핫피플] 꽁꽁 얼어붙었던 김원균, 강원서 마음 녹이다 [스포탈코리아]
by 운영자 | Date 2016-07-07 09:27:39 hit 564

                                          <사진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해 3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전북의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최용수 전 서울 감독(현 장쑤 쑤닝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후반 16분, 꺼내 든 교체 카드는 신인 김원균.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적 수였으나,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과감했다. 평소 최 감독의 성향을 곱씹어보면 더욱 의외였다. 전북전이란 큰 경기에서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인을 내보낸다는 것. 엄청난 파격이었다.

이날 전북은 베테랑 천지였다. K리그 통산 100경기 이상을 뛴 선수들이 수두룩했다. 이동국은 380경기째를 소화하는 '전설 그 자체'였고, 권순태(232경기), 최철순(238경기), 김형일(182경기), 이호(249경기), 이승현(239경기), 에닝요(216경기), 한교원(127경기), 에두(97경기)가 그 뒤를 이었다. 그나마 이재성(28경기), 이주용(24경기) 정도가 적은 축에 속했다.

어리둥절했던 김원균은 투입 직후 최철순을 따라 질주했다. 숨이 채 터지지도 않은 순간, 호흡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전무한 경험에 한숨 돌릴 여유도 찾지 못했다. 후반 종료 직전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과 충돌했다. 경합 상황을 절묘히 신경전으로 돌려놓는 이동국의 노련함에 완전히 말려들었다. 결과는 1-2 패배. 일부 화살이 김원균에게로 향했다.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 선수는 얼이 빠져 있었다. 애는 썼으나 부자연스러웠고, 열정이 넘쳤음에도 무리가 있었다. 모두가 능숙하게 해내는 일이 본인에게만 낯설다는 느낌이 짙었다. 김원균은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봄을 넘어 여름이 오고 있었으나, 오히려 몸과 마음은 꽁꽁 얼어붙었다.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돌파구를 모색했다. 그리하여 택한 것이 K리그 챌린지 강원 임대행. K리그에 막 복귀한 최윤겸 감독 역시 괜찮은 수비수 자원이 하나 더 필요했고, 김원균이 이에 응답했다. 팀을 옮기자마자 피치를 밟았다. 후반기 동안 총 15경기를 소화하며 감각을 유지했다. 서울에 남았다면 잡기 어려운 기회였다.

반년 뒤 원소속 팀 서울로 복귀했으나, 김원균은 한 번 더 임대를 택한다. 강원은 지난 3월 김원균의 합류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최윤겸 감독의 기대도 컸다. "작년에 팀이 어려웠을 때 합류해 수비진을 든든하게 지켜줬다. 올해에도 같이 하고 싶은 선수 중 하나였다"던 그는 "이미 우리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봤다. 그 경험을 통해 팀 전력이 한 단계 올라서는 데 보탬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단, 지난해만큼 녹록지는 않았다. 3월 경남 원정에서 첫 출전에 성공했으나, 이후에는 그늘에서 땀 흘린 떄가 많았다. 안현식, 이한샘 등이 터줏대감처럼 버티고 서면서 자연스레 경쟁 구도가 형성된 것. 그러던 중 안혁식이 퇴장 징계에 놓이자, 드디어 출격 명령이 떨어졌다.

안현식이 돌아온 뒤에도 경기에는 출격했다. 4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충주 험맬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6 21라운드. 최윤겸 감독은 김원균-안현식-이한샘 스리백을 구축해 공존을 택했다. FA컵 울산현대미포조선전 이후 처음 꺼내는 카드였다. 정규 리그 중에는 볼 수 없었던 전형이다.

 

한 수 아래 충주였으나, 쉽지는 않았다. 장마가 드리운 가운데, 강릉에도 폭우가 쏟아졌다. 경기력에서 앞섰어도,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슈팅 직전의 정교함도, 마무리에서의 세밀함도 부족했다. 이 경우 세트피스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정지된 상황에서의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것.

 

때마침 김원균이 해결사로 나섰다. 전반 42분, 세르징요와 마테우스의 연속 슈팅으로 만들어낸 코너킥 상황. 상대 골문 앞으로 볼이 날아들자, 김원균이 제때 달려들어 머리를 댔다.

안정을 찾은 강원은 후반 시작과 함께 쐐기를 박았다. 정승용이 재치있게 파고들며 페널티킥을 획득했다. 후반 2분, 한석종이 이를 강하게 차 넣어 2-0 승리를 완성했다.


                                          <사진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후 모습을 드러낸 김원균은 1년 반 전 데뷔전을 치렀던 그때보다 한결 여유 있어 보였다. "서울에서는 기회를 많이 못 잡았어요"라고 털어놓던 그는 "강원에 온 이후로 조금씩 안정감을 찾았어요. 한층 더 성숙해진 거 같고요"라며 자평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 넣은 골에 대해서도 복기했다. 최윤겸 강원 감독, 안승인 충주 감독 모두 전반 막판 김원균이 터뜨린 선제 골이 경기 향방을 갈랐다고 입 모았다.

김원균은 "사실 골대 위로 넘어간 줄 알았어요"라며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이어 "형들이 사방에서 껴안아서 그때야 알았어요. 기분 너무 좋죠. 팀이 5경기 연속 못 이겼는데, 이 골로 승리하게 돼 더 의미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득점 직후 '엄마, 아빠'가 떠올랐다던 그다. 프로 데뷔 이후에도 마음 졸이며 뒷바라지했던 부모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뿐 아니었다. "(이)재성이가 고려대 동기 중에는 가장 잘하고 있는데, 늘 '기회 온다'면서 힘내라고 했어요.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고요"라며 고마워했다.

경쟁은 피할 수 없다. 포백으로 바꿔 중앙 수비를 둘로 줄인다면 또다시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이에 "일단 꾸준히 뛰었던 형들이 있으니까 저는 준비를 더 잘해야 할 거 같아요"라던 김원균. 하지만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르다. "감독님이 꾸준히 동기를 부여해주세요. 또, 믿어주시고요. 저는 최선만 다해야죠"라며 각오를 다졌다.

최윤겸 감독도 칭찬으로 거들었다. "작년에 많은 공을 세우고 돌아갔는데, 본인이 다시 우리 팀에 오고 싶다고 선택했다"면서 "그런데도 많은 기회를 못 줘 마음 한구석이 걸렸다. 그러던 중 오늘처럼 큰 보탬이 되어줬으니 고마울 따름이다"라며 화답했다.

 

.

.

.

 

기사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