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세대 한승규, 속도를 입히는 특급 기술자 [스포탈코리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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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운영자 | Date 2016-06-06 15:50:23 | hit 703 |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홍의택의 스카우트]
경기 날 비디오 촬영은 부상자나 후보군 몫이다. 수년 전 그날도 그랬다. YONSEI(연세) 자가 박힌 트레이닝복 차림 둘이 캠코더 앞에 섰다. 하나는 다리에 깁스를 했고, 다른 하나는 신재흠 연세대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 앵글에 최치원(현 서울 이랜드 FC)의 질주가 들어왔다. 이윽고 상대 수비의 추격 및 협력이 시작됐다. 코너 플래그 쪽 사각지대에 내몰린 최치원. 죽은 공간에 빠진 터라 터치 아웃이 최선처럼 보였다. 그 순간, 깜짝 놀랄 재간으로 좁디좁은 틈을 헤치고 나왔다. 촬영하던 둘도 흥분했다. 그리고 외쳤다. "와, 녹였어(무력화했음을 일컫는 은어)".
알찬 자원을 끌어모아 온 연세대는 이러한 판타지 스타를 하나씩 보유하곤 했다. 단순히 볼 잘 차는 수준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플레이로 탄성을 자아냈다. '볼만 잡으면 기대가 된다'는 건 이런 선수들을 두고 하는 소리일 게다. 개인적으로 12학번 최치원의 뒤를 잇는 재능이라면 15학번의 '이 친구'를 꼽고 싶다. 
한승규(19). 언남고 시절 U-19 대표팀 부름을 받아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 드나들곤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뜸했다. 뚜렷한 인상까지는 받지 못했기에 그러려니 했다. 축구 선수가 한둘도 아니며, 잘 나간다는 그룹 중 그렇게 낙마하는 경우도 허다했으니.
한승규가 다시 소식을 전해온 건 이듬해 연세대 진학 직후다. 대학 입학식이 열리기도 전인 2월 춘계연맹전, 신입생 신분으로 두각을 드러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사실일까 싶어 U리그 개막 뒤 곧장 신촌으로 향했다. 늦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던 연세대 대운동장. 마침 '강호' 숭실대와 맞붙었다.
청소년 대표팀을 지도했던 모 감독, 프로 팀 스카우트 등이 당시 현장을 채웠다. 그들이 말해오길 "저 15번(한승규) 잘 봐봐라. 통영 가서 춘계 보고 왔는데, 보통 영리함이 아니야". 옆에서 누군가 덧붙였다. "쟤가 성규 동생"이라고. 마침 광운대를 졸업한 한성규가 갓 수원 삼성에 입단한 시기이기도 했다(현 부천 FC 1995.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한승규는 축구선수 형의 자취를 밟았다. 수원 고색초등학교생 형을 따라다닌 게 연이 됐다. 축구 룰도 모르면서 그저 축구화 한번 신어보고 싶었던 꼬맹이. 형들 사이에서는 '깍두기(정해진 편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조커 개념)'로 불리며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그러다 3학년 무렵 정식으로 축구부 생활을 시작했다.
"형이 축구 선배가 되니까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식사 시간이 되면 아버지한테는 "아빠, 밥 먹어", 형에게는 "형, 식사하세요"라고 그랬어요(웃음). 앞길을 먼저 간 형이 있어 든든했죠. 부지런히 배울 모델을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됐고요. 마침 형이 되게 잘했거든요. 그러면서 되게 친해졌어요"
중원에서 공격적 임무를 소화했던 한승규는 [스카우트] 1, 2편에서 소개했던 이상민(고려대), 김현욱(한양대)보다 활동 지대가 조금 더 높다. 4편에 등장한 이승모(포항제철고)보다도 앞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5편의 임민혁(FC 서울)과 비슷한데, 그 모션이 자아내는 느낌은 또 다르다.
스스로 말하길 "도전적이고도 저돌적인 드리블이 가장 자신 있어요". 경쟁자들이 다소 불완전한 장면에서 패스를 건네다 끊겼다면, 한승규는 한둘을 더 제치고 들어가 5~10m 앞에서 패스를 뿌렸다. 상대적으로 볼을 더 오래 갖고 있는 타입인데도, 체감상 패스 타이밍 자체가 썩 늦지는 않았다.
포인트는 '직선 방향'이다. 공격 전개 시, 측면을 거치는 팀이 대부분이다. 볼을 횡으로 돌려 크로스(이 역시 부정확한 경우가 부지기수)를 시도한다. 중앙으로 무리하게 들어가다 끊기면 역습에 대한 부담이 급증하는 탓. 패턴의 다양함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단, 연세대에서는 한승규가 종으로 치고 나가 볼을 날랐다.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 전남 드래곤즈 등과 연습 경기를 벌인 뒤에도 "생각보다 해볼 만하더라고요"라며 확신을 가졌다.
"연세대가 공격 속도는 진짜 빠른 거 같아요. 지공은 물론이고, 카운터(역습)로 이어가는 연습도 상당히 많이 했어요. 공격진 형들이 속도가 있다 보니 저희보다 전력이 좋은 프로 팀과 붙을 때도 이기고 그랬어요. 특히 천연잔디에서 하면 그 속도가 더 살던데요."
골을 넣으려면 속도 변화가 필수다. 특정 지점(보통 상대 골문으로부터 30m 내외)을 통과할 무렵부터 템포를 올려야 상대를 앞지를 수 있다. 페널티박스 진입 성공 여부와도 직결되는 부분. 이러한 변속 기어 임무를 수행할 자가 있는 팀과 없는 팀은 그 퀄리티가 천지 차다. 한승규의 가치가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팀 공격에 속도를 입힐 줄 알기에.
제목에 굳이 '특급'을 넣은 것도 근거 없는 호들갑은 아니다. 한승규는 172cm란 다소 평범한 신장을 오히려 장점 삼았다. 방향을 전환하거나 순간 속도를 높이는 액션 스피드만큼은 동 연령대에서도 손에 꼽힌다. 단거리 스퍼트를 내든, 공간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든, 수비 태세로 전환하든. 신체의 속도는 물론, 머릿속 판단의 속도도 눈에 띄었다(빠를 뿐 아니라 볼을 컨트롤 할 줄 알았다. 최종 패스 및 마무리 슈팅 또한 괜찮았다).
15학번 동기들끼리 꾸린 '공포의 역삼각형' 덕에 한승규는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사견으로는 4-1-4-1(4-3-3)을 중심으로 해온 연세대의 중원 밸런스를 대학가 으뜸으로 친다. 전주현은 동일 선상에서 킬패스 한 방을 넣는 데 특화됐고, 황기욱은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그랬듯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재능을 뽐냈다. 서로의 단점을 장점으로 메워 갔고, 동료의 것을 배우려 애쓰며 발전 폭도 높였다.
"저희는 어느 팀이랑 해도 진다는 생각을 안 해요. 주현이, 기욱이와 불만 털어놓고 대화하면서 잘 맞춰 갔어요. '욕심내지 마. 조금 전에 나한테 패스 줘도 됐어', '너 멋있는 척 그만해. 안 멋있어' 이런 말도 서슴없이 하고요(웃음). 주현이는 패스 넣는 센스가 그 어떤 대학 선수보다도 좋아요. 그걸 보면서 패스 길 읽는 방법을 배웠어요. 기욱이는 한 번에 때려주는 걸 좋아해요. 처음에는 안 맞다가도 이제는 제가 미리 나가서 받으려고 해요."
물음표도 붙는다. 단발성 연습 경기가 아닌 정규 시즌에서도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수비가 한승규 같은 타입을 맘 편히 풀어둔다고? 허구한 날 걷어차일 터다. 숨 막히는 견제로 기를 죽이려 할 것이다. 이에 맞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잘 버텨내느냐가 관건.
팀 전형, 그리고 지도자의 성향도 중요하다. 현장에서는 이 선수가 4-2-3-1보다 4-1-4-1에서 더 낫다고 보는 편이다. 동료가 같은 선에서 압박을 분산했을 때 비로소 더 빛나리라는 평가가 많다. 포메이션 및 선수 배치라면 지도자의 철학과 맞물린 배려도 어느 정도는 필요한 대목이다.
"최근에는 상대가 악의적으로 들어오는 것도 느껴져요. 흥분을 안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심판에게 항의도 하면서 그 상황을 넘겨요. 운동장에 들어가면 일단 상대 수비수의 유형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어떻게 공략할지 생각해요. 이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있고요."
성실히 메워나가는 중이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처럼 상대가 준비하기 전에 먼저 칠 수 있는 결정, 본인에게 달려드는 상대를 역이용해 빠져나갈 판단, 볼을 살짝 옆으로 잡아둬 상대가 도전할 수 없게 만들 키핑력 등. 크지 않은 체구를 극복하고자 여러 방면에서 연구 중이다. 또, 팀이 어려울 때 솔로(Solo)로 해결할 마무리 능력도 보강하고 있다. 이 기세라면 내년쯤 K리그 클래식에서 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어요. 대학 생활은 60점에 불과해요. 저는 항상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도 형이 매일 충고해요. '내가 자만을 해서 지금 이렇게 됐다'고, '넌 그러지 말라'고요. 그걸 새겨들으면서 '프로에서 같이 해보자'고도 말해요. 제가 못 느껴본 형의 모습은 어떨지, 그리고 또 서로 어떻게 평가하고 평가받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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